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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왔다. 또...
이번 가을은 추위를 앞세우고 그냥 빠르게 스쳐 지나갈 듯이 왔다.
'이제는 봄과 같이 가을도 그냥 어영부영 없어지고 겨울이 바로 올 건가보다'
그렇게 생각이 들 정도로 허연 입김을 먼저 내게 바짝 춥게 하고는
그냥 또 그냥 천연덕스럽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침저녁으론 싸늘하고, 낮에는 포근하고
나 가을이요 하고 앉았다...
낙엽을 밟아보았다. 바스락 소리에 새삼 놀랐다.
여름과 겨울. 색이 진하고 확실한 계절 사이에 끼어 마냥 여리게 느껴지는 이미지와 다르게
낙엽소리는 언제나 단호하고 호쾌하고 그렇다.
숨을 들이쉬어 보니 다른 계절과는 조금 다른 구수한 향이 콧구멍을 벨 듯 넘어온다.
찡하다. 가을은 춥다. 춥기 시작이다.
해는 이미 멀리의 지평선에 걸쳐 사방이 모두 어슴푸레 해질 쯤에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처럼 서있는 갈대도 보였다.
찡해진 코를 훌쩍이며 잠깐 보니 점점 어두워지는 배경 안에서
흐느적흐느적 하는 것이 아이고~ 제법 을씨년스러워
밝은 날 보세~ 손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멀리로 가다 뒤를 돌아보니 갈대밭 위로 달이 떴다.
휘영청 밝은 달은 며칠 뒤에나, 그래도 달님 오셨네 반가웠다.
어느새 마흔여섯 번째 가을
덤덤하니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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