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칼리스토가 / / 2021. 12. 26. 00:37

새벽 눈을 쓸다 멈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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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눈을 쓸다 멈추어

 

차지다.

뽀득뽀득 밟히는 소리가

새까맣게 굵은 선이 선명하게 보이듯

차고 날카롭게 귀에 박힐 만큼

차지다.

 

입자가 고와 그 사이사이에

공기가 들어 찰 자리가 없었는가

잠깐은 나의 내리누르는 몸을

잠시 버틴 것 같기도 하다.

 

밤새 긴 시간을 두고

느릿느릿 살피며 내려와

사이사이의 공간을

일부러 이를 맞춘 것처럼

빼곡하다.

 

비가 나름 굵은 팔뚝의 힘을 멈춘다.

빗살 사이사이에 걸린 눈이 그 안에서 뭉쳐

땅과 비의 마찰계수를 높인다.

 

힘을 빼고 물끄러미 쳐다보다

세상의 모든 일이 꼭 이래야 하는가 싶다.

누군가 밟은 발자국 아래의 그것은

쓸어 내기가 더욱더 벅차다.

 

그 오랜 시간에 차곡한 그대 같은 눈과

그렇게 밟고 간 흔적 같은 발자국을 보며

길게 뻗어가는 허연 입김 아래로 꺾이는 무릎에

이리 쓸어내기가 벅찬 일인가 싶다.

세상의 모든 일이 꼭 이래야 하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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