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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눈을 쓸다 멈추어
차지다.
뽀득뽀득 밟히는 소리가
새까맣게 굵은 선이 선명하게 보이듯
차고 날카롭게 귀에 박힐 만큼
차지다.
입자가 고와 그 사이사이에
공기가 들어 찰 자리가 없었는가
잠깐은 나의 내리누르는 몸을
잠시 버틴 것 같기도 하다.
밤새 긴 시간을 두고
느릿느릿 살피며 내려와
사이사이의 공간을
일부러 이를 맞춘 것처럼
빼곡하다.
비가 나름 굵은 팔뚝의 힘을 멈춘다.
빗살 사이사이에 걸린 눈이 그 안에서 뭉쳐
땅과 비의 마찰계수를 높인다.
힘을 빼고 물끄러미 쳐다보다
세상의 모든 일이 꼭 이래야 하는가 싶다.
누군가 밟은 발자국 아래의 그것은
쓸어 내기가 더욱더 벅차다.
그 오랜 시간에 차곡한 그대 같은 눈과
그렇게 밟고 간 흔적 같은 발자국을 보며
길게 뻗어가는 허연 입김 아래로 꺾이는 무릎에
이리 쓸어내기가 벅찬 일인가 싶다.
세상의 모든 일이 꼭 이래야 하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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